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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미니멀 라이프 - 김외숙 수필가

(사)한국문인협회 안산지부 문학아카데미 독서포럼 수강생 작품

김외숙 | 기사입력 2020/08/11 [19:03]

<수필> 미니멀 라이프 - 김외숙 수필가

(사)한국문인협회 안산지부 문학아카데미 독서포럼 수강생 작품

김외숙 | 입력 : 2020/08/11 [19:03]

 

▲ 김외숙 수필가
『문학나무』 수필부문 등단(2020)
 문학동인 글풀 회원
 現, 학교도서관 사서 

 

 

 살아온 날들이 나이만큼이나 무게로 다가온다. 묵은 상념의 찌꺼기는 무중의 공간으로 날려 보내고 싶다. 하지만 내가 살아 온 삶의 흔적은 절대 버릴 수 없고 버려지지도 않는다.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듬고 가꾸어서 탄탄한 마음자리를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마음만 무거운 것이 아니다. 나를 더 어지럽게 만드는 것은 물질 즉 물건에 대한 욕심이다.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나의 손을 거쳐 간 물건들. 언제가 필요할 것 같은 근거 없는 예감 때문에 마음조차 복잡해진다. 필요에 의해 샀으면 곧바로쓰고 낡은 것은 버려야 한다. 쓰지 않고 모셔둔다는 것은 꼭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당장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짐이 되어 집안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그중 첫 번째가 옷이다. 몇 해 동안 한 번도 입지 않는 옷이 수두룩하다. 옷이 많다고 세련되게 입는 것도 아니다. 사 놓고 위아래 맞추지 못해 입지 못한 옷, 남이 안 입는다고 받아 둔 옷, 살이 조금만 빠지면 입겠다고 쌓아둔 옷이다.

 

 두 번째는 만만찮은 부엌살림이다. 없는 식구에 웬 살림이 그렇게 많으냐고 한다. 하지만 생활하는데 다 필요한 것이다. 그릇만이 아니다. 식빵 구울 때, 야채 말릴 때, 요플레 만들 때. 커피 내릴 때, 하물며 누룽지 만드는 기구까지 구석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도 남은 반찬통은 크기에 따라 종류도 많아 수납장이 넘쳐난다.

 

 세 번째는 책이다. 한때 오래된 책들을 버려 헐렁했던 벽이 다시 책으로 덮이고 있다. 아직 읽지 않는 책, 읽었지만 다시 읽고 싶은 책, 오랫동안 밥벌이를 했던 책. 이것저것 배운다고 장만해두고는 배움조차 중단한 책이 책꽂이의 무게를 더한다. 보관한 책의 숫자에 따라 머릿속에 양식이 쌓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깨알 같은 글씨를 눈으로 하나하나 찢어서 생각과 이치를 따져야 내 것이 되니 안타깝기만 하다.

 

생활에 필요한 극소량의 필수품만 남기고 다 버려야 한다는 미니멀 라이프. 단순한 삶을 추구하며 작은 것에 만족하는 생활이다. 결국 욕심을 버리라는 말이다. 하지만 욕심은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필요할 때 다시 돈 주고 사야 하니 재정에 대한 우려가 욕심을 만든다. 또한 오래 사용한 물건에 대한 애착도 문제다. 손때가 묻어서, 정이 들어서라는 이유로 끝까지 놓지 못하는 미련이 몸도 마음도 무거워진다.

 

애착도 욕심이다. 사람도 사물도 끼고 있지 말고 훨훨 보내주는 자유가 필요하다. 깨끗하고 단순한 생활은 마음이 정리되어 삶이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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