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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성춘향과 로미오의 세기적 사랑

안산신문 | 기사입력 2020/12/09 [09:07]

<소설> 성춘향과 로미오의 세기적 사랑

안산신문 | 입력 : 2020/12/09 [09:07]

 

▲ 신 상 성 (소설가)

 

문학박사, 동국대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동아일보] 신춘문예 ‘회귀선’ 소설당선(1979)

서울문예디지털대학 및 피지(FIJI)수바외대 설립자겸 초대총장

(사)한중문예콘텐츠협회이사장, 용인대 명예교수.

경기도문화상(제15회), 한국펜문학상(제16회)

한국문학상(제55회) 등 수상

목불 등 저서 약50여권 편찬

 

웹소설은 최근 20대 젊은이들에게 폭증되고 있는 소설의 한 장르이다.

일반소설과는 달리 대중적이며 영화장면 같은 컷 위주의 연재소설 형식이다.

여기에 그 일부를 소개해 본다

 

#1. 성춘향과 로미오의 운명적 만남

 

17세기(선조) 한국 전통적인 남원 5일장이다. 영국 상류 귀족층 전통복에 허리에 칼을 찬 로미오가 혼자서 쭈빗쭈빗 시장판을 구경하다가 어느 품바춤 난장 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댄다.

 

“야, 너 서양 귀신 이잉가벼?”

 

줄줄 따라다니던 꼬마들이 로미오 똥구멍을 콱콱! 내질러댄다. 벌렁 자빠진 로미오가 팔을 벌리고 되게 아픈 척 일부러 꽥꽥! 고함지른다. 몇 명의 꼬마들이 에워싸고 그의 머리털이며 긴 가죽장화를 벗겨낸다.

 

“서양 구신도 밥 묵고 똥 싸능가벼?”

 

또 다른 꼬마가 긴 막대기로 그의 똥구멍을 쑤셔댄다.

 

“그만들 혀! 이 냥반도 우리 맹키 사람잉가벼?‘

 

어느 어여쁜 아가씨가 그를 일으켜 주자 로미오는 그 아가씨 손바닥에 얼른 뽀뽀를 하고 두 손으로 악수를 청한다. 노랑 저고리 물색 치마에 한복을 입은 그 처녀는 기겁을 하고 도망간다. 바로 성춘향이다.

 

뺑 둘러섰던 청년들이 일제히 박수를 친다.

 

로미오가 두 손을 높이 쳐들고 박수세례에 답례를 하며 품바 어깨에 손을 얹는다. 엄지도 추켜세우며 신나게 붕붕! 뛴다.

 

“작년에 가았덩, 각설이잉 죽지도 않고 또오 왔네엥...”

 

그 옆의 여자 품바도 합세하여 더욱 신나게 꽹과리도 치고 패랭이도 돌린다. 구경꾼들도 함께 일제히 육자배기 합창을 한다.

 

“얼씨구 씨구 들어간당, 저얼씨구 씨구... 품바 좃뱅이 들어간다앙!”

 

품바가 로미오에게 기특하다며 엿가락을 한 움큼 집어준다. 얼른 받아 쩝쩝 맛을 보더니 재킷 윗주머니에 쑤셔 넣는다. 얼굴 전체가 허옇게 된 채로 달러를 꺼내어 얼마냐고 손짓발짓 묻는다.

 

품바는 처음 본 녹색 엘리자벳 얼굴의 달러를 햇빛에 위아래로 비춰보다가 북북! 찢어버린다.

 

“이거 먼 휴지 쪼가리여 애앵?”

 

다시 손가락으로 동그란 모양을 보여주며 동전 열냥을 내놓으라고 한다. 둘이 서로 손짓발짓 하다가 의사소통이 안 되자 로미오가 그만 줄행랑을 놓는다.

 

로미오는 소중한 카메라는 안 뺏기려고 가슴에 안고 뛴다. 숨어있던 로미오의 졸개들이 뾰쪽 모자를 흔들며 그를 따라 같이 도망친다.

 

근처에 숨어있던 남원 포도청 포졸 두어 명이 벌떡 일어나 뒤좇는다. 권총으로 공포를 쏘며 좇아간다.

 

“서양 구신 새끼 잡아라앗!”

 

품바가 핸폰으로 112에 신고하여 포졸들이 나타났다. 그들도 이상한 서양 귀신 뒤를 따라다니며 감시하던 참이다. 어린애와 강아지들도 포졸 뒤를 따라 신나게 따라다닌다.

 

시장판은 뜬금없이 뒤집어졌다. 포졸 쫄병이 핸폰으로 포도청장에게 감히 명령한다.

 

“112 남원 로또청장 나오랑께네! 지하 CPX 말똥가리 네개 퍼떡 나오랑께! 오키나와 미국 합동참모본부에 연락하여 전폭기10대 퍼덕 뛰우라우, 엉, 내 말 들려엇!”

 

“야, 똥통에 빠져 똥물 마시다가 설사가 나서 캭! 뒈질 눔아, 새까만 뽀졸눔의 샤까가 내 어깨 시퍼렇게 빛나는 누런 말똥이 안 보이능가벼? 어따 눈깔을 뒤집어 쓰고 명령이야 명령이? 너거는 당장 매가지야!”

 

바로 그때 옆에 붙어 있던 무전병이 무전기를 포도청장의 귀에 얼른 붙여주며 소곤거린다.

 

“청와대 국가안보 수석보좌관이라 안 카능겨?”

  

포도청장이 얼굴이 허옇게 되어 핸폰을 빼앗듯 날캉 잡는다.

 

“아아, 성님, 접니다앙! 말똥 네 개 말대가리 남원 뽀도청장입니다욧! 칭와와 수석 보조관잉기요? 헐, 성니임, 요즘 코로나119 우떵능겨?”

 

“야 샤꺄, 샛바닥 똑바로 굴려, 청와대지 치와와 보조관이 머야? 황금모자 보좌관 캐봐! 상눔으 짜석, 너 당장 매가지야!”

 

“차려엇, 쑤석 아니 쑤셔 보조광님 맞쳐부렀어, 헤헷 차려엇, 경례엣!”

 

시장판 장사꾼들도 처음 본 낮 귀신 서양괴물들 때려잡자며 사방으로 흩어져 로미오 일당 포위작전에 들어갔다.

 

멀리서 탱크들이 위협적으로 하늘에 대포를 쏘아대며 좁혀오고 있다. 남원 포도청장이 한손에는 권총을 높이 들고 또 한손에는 빨간 형광색 지휘봉을 들고 덕음봉 산 쪽으로 로미오 뒤를 좇아 올라갔다.

 

개미 떼 같은 포졸들이 깃발을 흔들며 산을 에워 싸았다. 멀리 요천 벚꽃길 너머 탱크의 포소리와 함께 무장 코브라 헬기가 덕음봉 산꼭대기를 배회하며 수색하고 있다.

 

그러나 로미오 패거리들은 솟구리봉 비밀 동굴 속에서 엉뚱하게 천자문을 배우고 있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남원 시내 일대의 비상사태와는 대조적인 평화 분위기이다.

 

“자아! 천부경(天符經) 너거덜 아능가? 요건 하늘이 우리 단군조선 배달민족에게 내린 성경이구 불경이여! 알간 모르간?”

 

훈장이 선비의관을 갖춘 채 긴 수염을 쓰다듬는다. 그리고 나서 으흠! 하며 전자흑판에 한자로 ’하늘 천‘(天) 자를 형광펜으로 휘갈긴다.

 

“요걸 알려면 우선, 천자문부터 배워야 혀, 하늘 천, 따라 지, 검은 솥에 누렁지이...야, 요 쌍눔, 루미아야, 잘 따라 혀봐, 샛바닥 발음 똑바로 혀!”

 

훈장이 졸고 있는 로미오 대갈통을 긴 담뱃대로 후려친다.

 

머큐시오 등은 다른 친구들과 같이 어깨를 흔들며 천자문을 흔들며 외우다가 엎어져 코를 크게 골며 잔다. 코브라 헬기의 기총사격 소리가 동굴 입구를 흔들며 쏟아진다.

 

“오마니이... 사람살려어!”

 

<천부경>을 공부하던 학생들이 각자 일어나 핸폰을 들고 자기 어머니를 부르며 야단이다. 동굴 속으로 퍼런 연막탄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으아앙, 옴마아!! 남리가 났다.

 

그러나, 지리산에서 파견나온 천 훈장은 껄껄 웃으며 동굴 입구로 가서 주문을 외우며 손바닥을 크게 벌렸다. 그러자 큰 바위가 스르르 움직이더니 입구를 쾅! 닫아버렸다. 그는 도사 같이 손바닥으로 장풍(掌風) 바람을 일으켜 쉽게 바위를 움직였다.

 

“요 서양 깡패! 로미오 영국 구신아, 나 따라 읊어 보래이.”

 

‘천부경은 영국의 성경보다 더 오래된 한국의 고유한 경전으로서 환국(桓國)에서 내려온 경으로 9자*9= 81자입네다. 원래 환웅(桓雄)의 1세 거발환(BC 약4천년전) 하늘에서 태백산 신시(神市)에 내려와 서울을 정하였느니라아...’

 

“그 다음 머큐시오 졸개! 따라혀.”

 

‘신지(神誌)가 어려운 한자체로 빗돌에 새겨 놓은 것을 신라시대 최치원(孤雲 崔致遠) 이가 한문으로 번역하여 책으로 세상에 전한 것입네다아... 단기4250(AD1917)년 묘향산 계연수(桂延壽) 까까중에 의해 발견되어 현 세상에 알려졌나이다아.’

 

“자아, 맨 뒤에 앉아 졸고 있는 홍길동 이눔아, 너도 누런 코를 제꺽 닦고 읊어 보거래이, 똥물에 치킨으로 튀길 눔아!”

 

“예에... 하나님 환인(桓因)의 뜻에 따라 환웅(桓雄)이 하나님의 인감도장을 가지고 백두산 박달나무 아래에 낙하산으로 뛰어내렸나이다. 즉,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이화세계(理化世界)를 지구촌에 펼쳐 싸우지덜 말고 평화롭게 살라는 천자문입네다.”

 

“허, 요녀석, 축지법은 잘 쓰는 투명인간이긴 헌디, 아이큐는 영 강통이구만? 요 녀석아 어캐 최고의 경전이 천자문과 같냐? 너 종아리 착 걷어, 회초리 백대야.”

 

그 순간 입구 쪽 거대한 바위문이 뻥! 폭파되었다. 맨 앞에 남원 포도청장 말대가리의 말코가 보이고, 그 뒤로 죽창을 든 포졸들이 어리뻥뻥 서 있다.

 

거기에는 춘향이도 여성 포졸복을 입고 권총을 들고 로미오의 가슴을 겨누었다. 억! 시나리오에는 이 대목이 없는디? 로미오는 얼릉 핸디폰 스피커를 올려서 한-영 동시통역을 켰다.

 

“영국 구신들은 들어라앗, 이제 너거덜은 독 안에 쥐새끼여, 허튼 수작말구, 신사나라답게 포승줄 받거라 앵!”

 

포도청장의 체포!! 명령에 따라 일단의 영국 청년들 대여섯 명이 밧줄에 묶였다. 특히 로미오는 두목이어서 발목에 쇠고랑도 채였다. 콜록 콜록, 연막탄으로 모두가 눈물 콧물이 줄줄이 흘렀다.

 

바위 입구, 유엔 인터폴 빨간십자가 로고가 선명한 헬기 앞에 한국인만 빼고 영국인들만 일렬섰다. 포도청장이 오오사까에서 날아온 유엔 합동본부 사령관이 헬기에서 내리자 거수 경례엣! 하자 코가 유난히 큰 사령관이 악수를 청했다. 은빛 반짝이는 네개의 어깨별이 햇빛에 반짝! 반사되었다.

 

그들을 태운 헬기 3대가 공중으로 붕! 오르는 순간, 훈장은 손바닥으로 장풍을 일으켰다. 으아악! 헬기들은 뜬금없는 회오리 강풍으로 하늘에서 맴돌다가 차례대로 추락했다.

 

헬기의 로미오 등 영국 청년들과 동굴 속에서 아직도 벌벌 떨고 있는 홍길동 등 한국 청년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튀었다. 남원 포도청장과 졸개들이 권총으로 공포를 쏘며 뒤좇았다.

 

특히, 춘향이는 로미오를 결사적으로 추격했다. 춘향이가 쌍권총으로 갈겨대어도 로미오는 날 잡아봐라아! 요리조리 피했다. 그러자, 천인단애 낭떠러지 끝에 몰렸다.

 

그냥, 콱! 뛰어볼까?

 

요천의 시퍼런 강물이 무섭게 철렁거렸다. 멀리 춘향의 집도 보였다. 영국에서부터 오랫동안 꿈꾸어 오던 세기의 연인에게 하필이면 체포당하게 생겼다. 춘향의 살벌한 검은 총구는 점점 다가왔다.

 

“요 깡패 녀석아, 손 들엇! 흐흐 이제 잡았넹, 너 아까 시장에서 내 입에 뽀뽀를 강제로 했제, 너 미투 몰러? 애들을 내쫓고 땅바닥에 쓰러진 놈 일으켜 줬더니 뜬금없이 미투야? 농심라면 치킨으로 튀겨 먹을 늠아!”

 

헐, 그 막다른 순간 로미오는 독수리 같이 날아서 오히려 춘향을 푹 안고 쓰러졌다. 역전이다. 순간적으로 춘향의 풍만한 젖꽃판이 터졌다. 포졸복이 빵빵한 젖가슴에 밀려 빵 찢어져 버린 것이다.

 

새하얀 젖무덤에 새까만 젖꼭지가 흑딸기마냥 찬란하게 빛났다. 그러고 보니 깊은 산 속 폭포수에 천하의 절경 절벽이다. 그것은 로미오가 일부러 이쪽으로 춘향이를 유도해 온 것이다.

 

흐흐... 로미오는 춘향의 젖꽃판을 천천히 빨았다. 자기의 옷도 홀랑 벗어던졌다. 춘향은 거대한 로미오의 바위 같은 몸에 짓눌려 질식할 것 같다. 낑 소리조차 못 내고 끙끙거렸다.

 

춘향의 속고쟁이를 확 벗겨내렸다. 맑은 햇볕에 검은 보리밭 그리고 닭벼슬 같은 붉은 꽃이 하리하게 빛났다. 헐, 내가 울매나 기다렸던가? 로미오가 자기의 시꺼먼 핫도그를 그 보리밭에 콱! 집어넣었다. 그 순간 그의 목이 공중으로 올라갔다. 헐! 이건 무슨 반전이여?

 

이몽룡이가 긴 삼지창 끝으로 로미오의 매가지를 잡아서 공중에 매달았다. 으아악, 포도청장과 포졸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세기적 반전의 반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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