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수필> 코로나19와 함께 한 아들결혼식

안산신문 | 기사입력 2020/12/16 [09:04]

<수필> 코로나19와 함께 한 아들결혼식

안산신문 | 입력 : 2020/12/16 [09:04]

 

   ▲ 구순옥/수필가

 

2014년 한국미소문학 겨울호 수필등단

등단작품명 “꿈을 향한 나의 도전”

2018년 수필집 “독수리의 비상” 공저

2018년 12월 수필 “그땐 그랬어” 전자책 발행 안산문인협회 정회원

안산 참좋은뉴스신문 수필 연재 중

2019년 10월 수필 “여름아 아프지 말자”

한국문학세상 문예빅스타상 수상 

 

식장 입구에는 마스크 착용한 하객들로 북적인다. “아드님 결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무척 기쁘시죠?” “네에, 어려운 상황인데 와주 셔서 고맙습니다.” 혼주와 하객들과의 나누는 인사이다.

 

흔히들 여행할 때 편안한 여행만 추구한다. 나부터도 좀 불편하 다 싶으면 바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몸이 힘들었거나 마 음 고생한 여행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법이다. 여행가인 이영하작 가도 일부러 편한 여행보다는 불편한 여행을 고집한다고 했다. 힘든 여행일수록 체험한 바가 크니 작가에게는 얻는 것도 많고 글도 잘 써 질 거라 생각된다.

 

나 역시도 코로나19와 함께 한 불편했던 아들결혼식은 내 기억 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전 세계인들의 일상을 빼앗아 간 코로나19는 5개월째 계속 되고 있다. 잠잠할 기미가 안 보인다. 결혼날짜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 그 렇다고 피해 갈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본래 결혼날짜는 지난 5월 23 일이었는데 6월 20일로 미뤄졌다. 한 달이 지났음에도 코로나의 기 세는 여전하다. 더 늦춘다고 상황이 좋아질 것 같지도 않다. 결혼식 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신부가 혼전임신중이라 더 이 상 미룰 수도 없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 연령이 점점 늦다. 늦게라도 하면 다행인 데 하려들지도 않는다.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 낳기를 꺼려한단다. 우 리아들과 며느리도 늦은 결혼이다. 기특하게도 아이를 빨리 갖고 싶 어 했다. 혼전임신은 예전 같으면 쉬쉬할 일인데 요즘은 흉도 아니 다. 나는 이 기쁜 소식을 온 세상에 전하고 싶다. “세상 사람들! 나도 드디어 할머니소리 듣게 생겼습니다,”

 

언제부턴가 결혼문화도 점점 바뀌어가고 있다. 혼전임신도 대수 롭지 않게 자랑할 수 있고 결혼청첩장은 온라인 청첩장으로 대신한 다. 형편상 식장에 참석을 못하게 되면 간편한 방법이 있다. 혼주 계 좌번호로 송금한다. 어떻게 보면 성의가 없다. 라고 생각할 수 도 있 고 받는 이는 염치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당연시 받아들인다.

 

딩동딩동 결혼식 며칠 전부터 핸드폰 문자 알림이 쉴 새 없이 울 려댄다. 코로나19 때문에 참석 못하는 지인들의 입금문자이다. 처음 겪는 일이라 기분이 묘했다. 그러면서 마음 한구석에 근심이 찾아들 었다. ‘이러다가 하객들 없이 우리 가족끼리만 해야 하는 건 아닌가? 그리고 적지 않게 예약 된 식권은 어떡하지?’ 라며 며칠 동안 자신과 의 무언의 대화이다.

 

어찌되었든 우리가족은 평생에 몇 번 하지 않는 특별한 단장을 하고 나란히 접수처 앞으로 나섰다. 한 분 한분 고개 숙여 고마움을 표시했다. 좋지 않은 시기에 직접 와 주신 분들이 마치 구세주 같았 다. 특히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를 보면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뵌 듯 무척 반가웠다. 어쩌다보니 식장 안은 하객들로 가득 메웠다. 불청객 코로나 때문에 노심초사했던 결혼식은 하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양가 어머니는 당당하게 화촉을 밝힐 수가 있었다.

 

나는 메이크업하기 전 긴장된 마음을 풀기위해 딸이 사준 청심환을 마셨다. 약 효력은 대단했다. 이내 요동치는 심장은 평온하기만 했다. 목사님의 주례말씀도 귀에 쏙쏙 들어왔다. ‘하나님이 아무런 뜻 없이 남자의 갈비뼈를 여자에게 준 것은 아니다, 둘이 하나가 되어 한 몸으로 살아가라는 뜻이다, 그리고 ‘서로 도움을 받기 보다는 서로 먼저 도움을 주는 돕는 부부가 되었으면 한다, 라는 말씀이셨다.

 

그렇다. 나도 한 지붕아래에서 한 이불 덮으며 한솥밥을 먹고 39년을 부부로 살아가지만 알다가도 모르는 게 부부 마음이다. 목사 님 말씀대로 부부는 서로 돕는 마음가짐과 이해와 배려로 맞춰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혼식 중에 또 한 가지 감동받은 사실이 있다. 신랑친구가 노 사연의 바램을 축가로 불렀다. 이 노래는 멜로디도 좋지만 시인이 쓴 가사라선지 더 좋다. 하마터면 신랑엄마가 주책없이 따라 부를 뻔 했 다. 문학과 음악이 소통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래는 주옥같은 노래 가사의 후렴부분이다.

 

내가 힘들고 외로워 질 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 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세월의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진 않겠죠/ 큰 것도 아 니고 아주 작은 한 마디/ 지친 나를 안아 주면서/ 사랑한다 정말 사 랑한다/ 그 말을 해 준다면/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 각할 겁니다.

 

코로나19시대를 맞이하여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들이 많을 거 라 본다. 이 노래가사는 위로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 게 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라는 말 한마디에 ‘사막의 길도 꽃길이라 생각한다, 고 했다. ‘사랑해, 라는 말이 이렇게 힘이 되고 고귀한 단 어인데 나부터도 ‘사랑한다, 라는 말을 단 한 번도 못하고 살았다. ‘사 랑한다, 는 말이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힘든지 모르겠다. ‘사랑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았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노력하자,

 

이리하여 코로나19와 함께 한 결혼식은 삶의 지침이 되는 목사님의 고귀한 말씀과 축복기도로 성스럽게 마쳤다.

 

변화가 없던 우리 집에 새로운 식구가 들어왔고 머지않아 고귀 한 새 생명도 태어난다. 손자도 좋고 손녀는 더 좋다. 그러고 보니 언 제부터 여아선호사상으로 변했을까, 세상은 어찌 돌아가든 나는 하루 하루가 부푼 기대감과 설렘이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