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장 입구에는 마스크 착용한 하객들로 북적인다. “아드님 결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무척 기쁘시죠?” “네에, 어려운 상황인데 와주 셔서 고맙습니다.” 혼주와 하객들과의 나누는 인사이다.
흔히들 여행할 때 편안한 여행만 추구한다. 나부터도 좀 불편하 다 싶으면 바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몸이 힘들었거나 마 음 고생한 여행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법이다. 여행가인 이영하작 가도 일부러 편한 여행보다는 불편한 여행을 고집한다고 했다. 힘든 여행일수록 체험한 바가 크니 작가에게는 얻는 것도 많고 글도 잘 써 질 거라 생각된다.
나 역시도 코로나19와 함께 한 불편했던 아들결혼식은 내 기억 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전 세계인들의 일상을 빼앗아 간 코로나19는 5개월째 계속 되고 있다. 잠잠할 기미가 안 보인다. 결혼날짜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 그 렇다고 피해 갈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본래 결혼날짜는 지난 5월 23 일이었는데 6월 20일로 미뤄졌다. 한 달이 지났음에도 코로나의 기 세는 여전하다. 더 늦춘다고 상황이 좋아질 것 같지도 않다. 결혼식 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신부가 혼전임신중이라 더 이 상 미룰 수도 없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 연령이 점점 늦다. 늦게라도 하면 다행인 데 하려들지도 않는다.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 낳기를 꺼려한단다. 우 리아들과 며느리도 늦은 결혼이다. 기특하게도 아이를 빨리 갖고 싶 어 했다. 혼전임신은 예전 같으면 쉬쉬할 일인데 요즘은 흉도 아니 다. 나는 이 기쁜 소식을 온 세상에 전하고 싶다. “세상 사람들! 나도 드디어 할머니소리 듣게 생겼습니다,”
언제부턴가 결혼문화도 점점 바뀌어가고 있다. 혼전임신도 대수 롭지 않게 자랑할 수 있고 결혼청첩장은 온라인 청첩장으로 대신한 다. 형편상 식장에 참석을 못하게 되면 간편한 방법이 있다. 혼주 계 좌번호로 송금한다. 어떻게 보면 성의가 없다. 라고 생각할 수 도 있 고 받는 이는 염치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당연시 받아들인다.
딩동딩동 결혼식 며칠 전부터 핸드폰 문자 알림이 쉴 새 없이 울 려댄다. 코로나19 때문에 참석 못하는 지인들의 입금문자이다. 처음 겪는 일이라 기분이 묘했다. 그러면서 마음 한구석에 근심이 찾아들 었다. ‘이러다가 하객들 없이 우리 가족끼리만 해야 하는 건 아닌가? 그리고 적지 않게 예약 된 식권은 어떡하지?’ 라며 며칠 동안 자신과 의 무언의 대화이다.
어찌되었든 우리가족은 평생에 몇 번 하지 않는 특별한 단장을 하고 나란히 접수처 앞으로 나섰다. 한 분 한분 고개 숙여 고마움을 표시했다. 좋지 않은 시기에 직접 와 주신 분들이 마치 구세주 같았 다. 특히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를 보면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뵌 듯 무척 반가웠다. 어쩌다보니 식장 안은 하객들로 가득 메웠다. 불청객 코로나 때문에 노심초사했던 결혼식은 하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양가 어머니는 당당하게 화촉을 밝힐 수가 있었다.
나는 메이크업하기 전 긴장된 마음을 풀기위해 딸이 사준 청심환을 마셨다. 약 효력은 대단했다. 이내 요동치는 심장은 평온하기만 했다. 목사님의 주례말씀도 귀에 쏙쏙 들어왔다. ‘하나님이 아무런 뜻 없이 남자의 갈비뼈를 여자에게 준 것은 아니다, 둘이 하나가 되어 한 몸으로 살아가라는 뜻이다, 그리고 ‘서로 도움을 받기 보다는 서로 먼저 도움을 주는 돕는 부부가 되었으면 한다, 라는 말씀이셨다.
그렇다. 나도 한 지붕아래에서 한 이불 덮으며 한솥밥을 먹고 39년을 부부로 살아가지만 알다가도 모르는 게 부부 마음이다. 목사 님 말씀대로 부부는 서로 돕는 마음가짐과 이해와 배려로 맞춰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혼식 중에 또 한 가지 감동받은 사실이 있다. 신랑친구가 노 사연의 바램을 축가로 불렀다. 이 노래는 멜로디도 좋지만 시인이 쓴 가사라선지 더 좋다. 하마터면 신랑엄마가 주책없이 따라 부를 뻔 했 다. 문학과 음악이 소통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래는 주옥같은 노래 가사의 후렴부분이다.
내가 힘들고 외로워 질 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 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세월의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진 않겠죠/ 큰 것도 아 니고 아주 작은 한 마디/ 지친 나를 안아 주면서/ 사랑한다 정말 사 랑한다/ 그 말을 해 준다면/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 각할 겁니다.
코로나19시대를 맞이하여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들이 많을 거 라 본다. 이 노래가사는 위로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 게 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라는 말 한마디에 ‘사막의 길도 꽃길이라 생각한다, 고 했다. ‘사랑해, 라는 말이 이렇게 힘이 되고 고귀한 단 어인데 나부터도 ‘사랑한다, 라는 말을 단 한 번도 못하고 살았다. ‘사 랑한다, 는 말이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힘든지 모르겠다. ‘사랑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았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노력하자,
이리하여 코로나19와 함께 한 결혼식은 삶의 지침이 되는 목사님의 고귀한 말씀과 축복기도로 성스럽게 마쳤다.
변화가 없던 우리 집에 새로운 식구가 들어왔고 머지않아 고귀 한 새 생명도 태어난다. 손자도 좋고 손녀는 더 좋다. 그러고 보니 언 제부터 여아선호사상으로 변했을까, 세상은 어찌 돌아가든 나는 하루 하루가 부푼 기대감과 설렘이다. <저작권자 ⓒ 대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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