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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_박서희> 어둠속의 대화

박서희수필가 | 기사입력 2021/03/17 [19:26]

<수필_박서희> 어둠속의 대화

박서희수필가 | 입력 : 2021/03/17 [19:26]

 

 

 

▲ 박서희/수필가

안산문인협회 정회원

한반도문인협회 2018년3집

수필<편견> 공.저 신인상 수상 <등단>

한반도문협 대표시선집 <봄날은 간다>외3편

 

 

빛 하나 없는 공간에서 케인 하나만 의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눈을 감고 따라 오세요” 아리따운 여성 안내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밝은 곳에서부터 눈을 감고 서서히 암 흙 속으로 들어간다. “오른쪽 세발자국 벽 부드러운 융 같은 것이 만져지고 오른쪽으로 세 발자국 좌측에 손을 뻗쳐 보세요,” 굵은 마디가 만져지는 대나무가 있고 나무가 많은 숲이다. 촉각으로 무엇이 있는지 만지면서 움직인다. 어둠속에서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헤매면서 길을 잃었다. 잠시 시각장애인 입장이 되어보니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왔다. 어둠속에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길을 헤매는 나를, 앞서 가던 시각장애인 아가씨가 손을 뻗쳐 챙겨주었다. 결국 인간은 너무도 나약하다는 것을 보여 준 샘이다.

 

어둠속의 대화 진행을 맡은 여성 로드마스터라고 인사하였던 분이 다른 로드마스터를 소개 하였다. 차분하고 성우 같은 남자의 목소리가 어둠속에서 울려 퍼졌다. 어둡고 조용한 공간에 긴장된 마음으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더듬거리며 가는데 “울님 어디로 가시나요?” 갑자기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미 어둠속에서 익숙해진 시각 장애인들은 별 문제없이 로드마스터의 안내에 따라 움직이지만 어둠속에 익숙지 않는 일반 정인들은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순간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암 흙 속에서 어떻게 알지? 앞사람은 지나갔는데 지나가지 않으니 민감한 감각으로 알고 있는 것이었다. 새소리가 들리고 산들바람이 불어와 답답하고 약간 더운 공기를 시원하게 해준다. “자~이제 우리가 어느 산골 어느 마을에 도착 했어요. 상상을 해 보세요.” 개울 위 흔들거리는 다리 위를 걷는다. 어둠속의 흔들다리는 몇 배나 두렵고 무서웠다. 어두운 곳은 몇 배나 더 두렵고 겁이 난다는 걸 깨우쳐 주는 곳이었다. 더군다나 개울물 소리까지 들려 밑에는 개울가 다리위이니 더 조심해야 하는 곳이다.

 

로드마스터의 조용한 목소리가 어느 마을에 도착 했다고 안내한다. 정자 대청마루에 조심스럽게 걸쳐 앉는다. “자~ 이제는 배를 타고 여행을 떠나 볼까요?” 또다시 움직여야 한다는 말에 앞 사람의 옷을 살짝 잡고 배에 탔다. 어둠속에서 배가 움직인다. 서서히 바람이 불어오고 파도가 친다. “자~ 각자 가고 싶은 여행지를 상상해보세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섬 제주도를 상상했다. 여행지에 도착해 배에서 천천히 내린다. ”자~시장을 가 볼까요?” 시끌벅적한 시장통이다.

 

감각으로 물건을 맞추는 게임이다. 네 명씩 두 팀으로 나눠서 손으로 만져서 물건을 빨리 맞추는 게임을 한다. 촉각 미각 후각 청각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다 이기는 팀이 간식을 먹는다는 소리에 어느새 어둠속에서의 두려움은 사라지고 정인과 시각장애인들 할 것 없이 승부욕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짧은 시간에 어둠속에서 익숙해져 가는 것임을 알았다. 어둠속에서 감각으로 물건을 잡았지만 오히려 정인들은 헷갈려서 잘 못 맞추었다. 우리 팀 시각 장애인들이 잘 맞추어서 달콤한 음료를 마셨다. 미각으로 맞추는 것도 헷갈렸다. 어둠속에서 능숙한 시각장애인들은 어둠속에서 잘 맞추었다. 눈이 처음부터 아닌 서서히 나빠진 어르신들은 벽에 부딪치고 넘어지고 사고가 빈번하다고 한다. 그래서 흔히 지팡이 라고 하는데 시각장애인들이 가지고 다니는 것은 흰색 케인으로 사방을 짚으면서 가거나 옆에 활동 보조인이나 가족 돌보미인들이 동행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은 보이지 않는 만큼 감각이나 소리에 민감하여 발달되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

 

어둠속에서 로드마스터님은 “제가 몇 살 같으세요?” 함께한 사람들에게 묻는다. 목소리는 40대 중반으로 생각했다. 20대 후반의 시각 장애을 가진 청년 이라고 한다. 편안한 목소리와 유머로 100분 동안 지루 하지 않게 안내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한 로드마스터님은 시각장애인들이 세상에 나아가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편안해지길 바란다는 말을 남기고 처음 만났던 여성 로드마스터에게 인계한 다음 사라 졌다. 남자 로드마스터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 아주 멋진 영화배우 같은 분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서울 가회동에 자리하고 있는 <어둠속의 대화>는 2002년 초에 시각장애를 가진 사회 기업가가 일반 사람들이 시각장애인을 이해하고 좀 더 배려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이었고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가족과 활동보조인들이 시각장애인 입장이 되어 어둠속에서 100분 동안 대화하며 체험하는 곳이다.

 

직접 시각장애들 입장에서 체험해보니 시각장애인들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게 되었다. 일상이 두렵고 불편한 것은 이루 말 할 수도 없고 그들이 평생 어둠속에서 살아가야하는 것에 비하면 100분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지만 100분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보이는 것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연세가 지긋 하신 분들도 계시고 꽃 같은 나이에 앞을 보지 못하지만 깔깔 대며 아무 일도 아닌 듯, 보이지 않아도 안마를 배우고 컴퓨터를 배우며 그렇게 성실히 생활하는 그들을 보면서 조금만 힘들어도 불평을 했던 것이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어둠속의 대화> 프로그램을 좀 더 많은 일반인들, 청소년들, 취업이 되지 않아 어깨 축 내려뜨리고 있는 청년들이 체험을 했으면 하고 바란다. 그저 보이는 소중함과 건강함에 감사하며 삶의 큰 용기를 주는 훌륭한 프로그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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