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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호 / 수필가 > 화 다스리기

안산신문 | 기사입력 2021/04/07 [15:43]

<임종호 / 수필가 > 화 다스리기

안산신문 | 입력 : 2021/04/07 [15:43]

 

 ▲ 임종호/수필가
안산시청 기획국장 역임
안산예술의전당본부장 역임
상록수문학으로 등단
상록수문학동인회장 역임
안산문인협회자문위원
한국문인협회회원
수원지검안산지청 조정위원

 

삶은 관계의 연속이다. 수많은 관계 중에는 편안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관계가 있는 반면 불편하고 화나게 하는 관계도 있다. 화가 나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고 꼬여 돌아가거나,누군가에게 적대감을 느끼게 될 때 일어나는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일정 부분은 화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누군가는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버럭 화를 내고, 누군가는 화를 낼 상황임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며, 더러는 화를 참는 듯 하지만 몸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수동적 성향을 지닌 사람은 화를 표출했을 때 벌어질 파장을 우려한 나머지, 이를 회피하기 위하여 나름의 방식으로 대처한다. 반면에 공격적 성향의 사람은 거친 언사를 쏟아 내거나 일촉즉발(觸卽發)의 표정을 짓는다. 때로는 파괴적 행태를 자행(恣行)하거나 폭력 행사도 불사한다. 수동적이든 공격적이든 막강해 보이는 상대에 대하여는 면전에서 감히 화풀이를 시도하지 못하는 반면, 만만하다 싶으면 기세등등하게 과잉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화풀이를 정당화해선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억누르는 방식으로 화를 다스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억압된 화는 해소된 게 아니라 마음속 어딘가에 대기 상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봐야 한다. 평소에 온순했던 사람이 어느 대목에서 느닷없이 화를 내는 경우는 억압되어 있던 화가 발산(發散)한 것으로 이해를 해야 하지 않을까?

 

화는 관성(性)과 확산성(擴散性)이 내재되어 있다고 본다. 건드릴수록 가속이 붙고 격화되어 예기치 못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전이(轉移) 되거나 연쇄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죠크삼아 회자되는 일화도 있다. 남편이 직장 상사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게 되면, 집에 가서 아내에게 화풀이하게 되고, 화가 난 아내는 죄 없는 아이들을 때리고, 아이들은 강아지를 발로 차 화풀이를 한다는 것이다.

 

화를 내면 안 좋은 쪽으로의 신체 변화가 수반된다. 혈압이 올라가고 맥박이 빨라지는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서 심장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 또한 면역체계를 교란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한다는 것이다. 응분의 생리현상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다만 평생 화를 안 내고 살아갈 수는 없을 터이고 화를 내면 심각한 폐해가 뒤따르기 마련인데 어떻게 다스려 나가야 할까?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지나치게 억압하지도 과도하게 격분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사려 깊게 다스려야 할 것이다.

 

수신제가(修身齊家) 학습은 별개로 하고 기본적으로 명상, 음악 감상, 독서, 등산, 취미활동, 담소 등의 기회를 일상화하는 것만으로도 평정심 유지와 친화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차제에 화가 날 경우에 대비 몇 가지 체크포인트를 설정해 보고자 한다.

 

첫째, 화를 내기에 앞서 경위를 살펴보고 사소한 문제라고 판단되면 일소에 부친다. 대수롭지 않은 일로 과민한 반응을 표출한다면 협량(被)해 보일 수 있다.

 

둘째, 이 대목에서 화를 내는 것이 적절한지 자문해 보고 득보다

 

실이 많을 것 같으면 자신의 반응을 수정한다.

 

셋째, 화를 냄으로써 상황이 유리하게 바뀔 것인가 재고해 보고 아니라고 판단되면 내려놓자. 비근한 예로 교통체증 때문에 안달하며 화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다고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 체증이 풀리길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넷째, 화를 냄으로써 상황이 바뀔 수 있는 사안이라고 해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헤아려 보고 실익이 없다면 거두어들이는 것이 맞다.

 

다섯째, 오해와 판단 착오로 과오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숙

 

고(熟考)해 보고, 그럴 여지가 있어 보이면 일단 유보하자.

 

울화 발산의 폐해와 나름의 대응책을 단편적으로나마 살펴보았다. 화를 쏟아 내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려는 불가피한 처신일까? 일리는 있어 보이지만 부정적 입장이다. 정당성을 부여해선 안 될 것으로 본다. 화풀이에 길들여지면 상습화될 소지가 있다. 또한 화가 작동되면 생리적 기능 장애가 초래될 뿐만 아니라 평상심을 상실하여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이 어려워지게 된다.

 

사회가 분화(分化)되고 살기가 팍팍해질수록 갈등과 분쟁의 파고(波高)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화를 다스리지 못해 범법자로 전락(轉落) 하는 사례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우울한 뉴스가 연일 꼬리를 물고 있음은 울화통 발작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자중하며 지속적으로 심신을 가다듬어 슬기롭게 화를 다스려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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