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꿈을 기다렸다
한눈을 판 봄은 더디고 고드름은 녹지 않았다
계절의 걸음이 빨라졌다
나이가 들수록 조급해진 계절은
한 계절을 훌쩍 건너뛰었다
봄은 도마뱀 꼬리처럼 끊어지고
내내 겨울이 이어졌다
그 차디찬 절망의 체온에 무릎을 감싸안았다
얼음 같은 시절이었다
왜 여기서 헤매는 거지?
나에게 물었다
순간
마당에 핀 모란꽃이 눈으로 들어왔다
추위를 건너와 입술이 더 붉었다
피처럼 붉은 꽃빛이 심장에 옮겨 붙어
나는 설렘으로 절절 끓었다
그 한 송이가
백 송이의 절망을 꺾고
늦은 봄이 도착했다
잃어버린 시간에
다시 꼬리가 돋고 있었다
<저작권자 ⓒ 대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인기기사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