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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삼 컬럼> 선택의 계절 - 어디까지 왔는가

김희삼 | 기사입력 2021/07/22 [14:29]

<김희삼 컬럼> 선택의 계절 - 어디까지 왔는가

김희삼 | 입력 : 2021/07/22 [14:29]

 

 

  ▲ 김 희 삼(안산시민)

 

지난 70년대 이후 한국의 현대사를 끌어온 축을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으로 나누어 보는 견해가 있다. 이념적 기저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우리 사회에서 그런 분류는 독선적이며 편의적일 수 있어서 그리 대별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지만, 의미는 부여할 수는 있겠다 싶어 가끔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에 그려보기도 한다.

 

70년대부터 이어와서 5공화국과 결합한 세력이 전자에 속한다면 거기에 대척한 지형을 걸어온 사람들이 후자일 수 있다. 그중 후자만을 눈 뜨고 보자면 양김(兩金)을 정점으로 한 이른바 ‘위인 정치 시대’ 세력과 그 밑에서 양성되고 활약된 순혈 집단 386세대가 줄기다. 여기서 ‘386세대’는 신군부에 즉각 반응한 운동권이 주축이었는데 ‘80∼87’ 시대 공간 속에서 착근·발아·성장·활동한 집단을 통칭한다(구체적 실체는 모호하다. 반드시 정치적 성향이 기준은 아니다). 선배들이 기득권 세력에 저항하며 만들어가는 역사(役事)에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성장한 그들은 선배들을 닮아갔으며 거기에 자신들만의 계몽적이고 탈권위적 사고를 더해 보배로운 또래집단을 형성하면서 한껏 기대를 모았다.

 

주지의 이야기하지만 이 민주화 세력이 대한민국에 기여한 바는 필설로 모자란다. 시민들과 합세한 이들의 투쟁에 의해 70년대부터 끈기 있게 생명력을 붙여오던 대통령 간선제가 종식된 것이 이 시기다. 1997년 헌정 사상 초유의 평화적인 여야 교체와 분단 이후 최초로 성사된 남북 정상회담은 이 세력이 이룩해낸 대표적인 성과물로서 역사의 한 페이지에 좀처럼 지워지지 않을 묵직한 획으로 초해져있다. 우리 사회가 20세기 후반 이들을 통해 많은 것을 이루려 했으며 또 이뤘다라고 훗날 사관은 기록할 것이고 어느 누구도 그것을 과하다 아니 할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친 후 경제의 계절이 오자 우리 사회는 시장경제로 꽃을 피우는 과정을 밟는다. 최현대사의 시즌 2가 열린 셈인데 그때부터 4반세기 넘게 우리 경제는 큰 성장을 이루었다. 그래서 그 앞 기간과 더하여 반백년 동안 산업화에 의해 압축 성장한 대한민국은 그 자체가 기적이다. IMF가 GDP규모를 2020년 세계 10위로 올리고 UNCTAD가 얼마 전 ‘한국은 이제 선진국이다’라고 타전한 것은 대한민국의 성장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

 

이런 성장의 원인이 세계무역기구(WTO)나 우루과이라운드(UR) 같은 다자간 협상을 통해 만들어진 세계화 또는 자유화 때문이라는 설명은, 특별히 무역 의존도가 70%로 높은 우리의 입장에서 틀린 말이 아니다. 케인즈가 주장한 ‘국가 개입’을 최소화 한 것이 자유화의 관리 방식인데 그것을 사람들은 고급스럽게 신자유주의라고 부른다.

 

그러나 눈 밝게 보면 그런 성장 뒤에 원근의 여러 요인들이 결합해 그늘도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노동 시장의 유연화에 따른 고용 불안과 취업난, 불평등과 그것이 주는 귺단적 양극화, 1천조가 넘는 유보자산 그리고 사회적 관점에서 무분별한 금융개방, 가파른 고령화, 1등을 향한 무한 서바이벌, 인구·주택 문제, 수도권 비대화와, 합계출산율 감소, 생태·환경·노사, 비인간화 같은 시대적 의제들이 그것이다. 이중에는 대개 진행 중이며 미결로 남겨져 있는 것도 있다

 

우리 시민들은 이런 의제들을 우리가 결코 도외시해서는 안될 영역인 정부나 정치권에 맡긴다. 그러나 IMF 이후 여야에 걸쳐 제도권으로 들어온 범386 등은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기왕에 가지고 있던 장점, 예컨대 사태 속에서 식별 동력을 끌어내는 특출난 능력만큼의 유의미한 전과는 내지 못한 것같다. 이해관계자의 충돌과 견고한 저항 앞에서 해결할 힘을 크게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그들의 경계선은 흐려졌고 기득권을 향해 걸어가는 정치적 유산층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진행 중인 것 그리고 미완인 과제를 안고 우리는 다시 선거의 계절로 가는 열차를 타고 있다. 많은 주자들이 나와 있다. 국회의원도 있고 국무총리를 했던 사람도 있으며, 장관을 했던 사람, 지자체 장이나 고위 공직을 맡았던 사람도 있다. 더 나올지도 모른다. 이 분들 중에 내년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분이 분명 있다. 우리는 그 분에게 위에서 말한 시대적 과제를 맡겨야 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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