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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옥선컬럼 - “절대 용서 못해요, 복수할거예요!”

문옥선 | 기사입력 2022/01/05 [18:30]

문옥선컬럼 - “절대 용서 못해요, 복수할거예요!”

문옥선 | 입력 : 2022/01/05 [18:30]

 

   ▲ BMC상담소장 문옥선

 

새해를 맞이하면 습관적으로 하는 일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작년 다이어리와 상담 노트를 책장에 각각 꽂게 된다. 수년 동안 모아온 다이어리와 상담 노트는 내가 살아있고 활동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뿌듯한 마음에 의자를 당겨 앉아 몇 년 전 상담 노트들을 가볍게 넘겨보았다. 두꺼운 줄이나 색 펜, 혹은 가계도를 그리며 상담한 부분들에서 시선이 멈춘다. 욱하는 성질,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성폭행, 데이트 강간, 임신, 부부상담 등 다양한 단어들이 스치면서 반복되는 단어를 찾아보니 의외로 복수, 용서, 상처 등의 상담이 많았었다.

 

최근 지난 12월에 상담한 여고생의 단호한 몇 마디가 문득 떠올랐다 “절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복수할 거예요!!” 라며 절규했다.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참았던 분노의 표출이었는데, 그 대상이 가족이라서 더욱 안타까웠다. 그 안타까움 속에 문득 ‘나도 한때 그런 적이 있었지..’ 하며 그때 얼마나 괴로웠는지.. 를 회고했고 나의 경험치로 상처 치유를 돕겠지만 용서. 복수에 대한 원리를 알고, 빠른 회복이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안타까웠다.

 

복수는 자신이 타인 혹은 집단으로부터 피해를 본 것에 대한 반응으로 그 피해를 직접 되갚아주는 행위이다. 자신이 희생자이며, 배신당했고, 비판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그것을 바로잡을 다른 수단이 보이지 않을 때, 복수와 복수극은 더욱 강한 매력과 정당성을 얻는다. ‘눈에는 눈’ 식의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복수는 최후의 수단,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자의 선택이란 점에서 ‘복수는 약자의 것’이다.

 

그 때문에 미국의 심리학자 마이클 맥컬러프는 ‘복수의 심리학’에서 복수심은 인간에게 잔혹한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는 질병이나 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복수는 악하거나 정신 나간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맥컬러프는 오히려 복수는 인간이 진화하면서 겪은 사회적 딜레마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선택한 해결책이라고까지 했다.

 

죄를 짓거나 배신을 한 사람에게 도덕과 의리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싶어서, 스스로 통쾌함과 자존감을 느끼고 높이고 싶어서 복수를 한다는 사람도 있다. 강자, 권력과 무기를 가진 자들이다. 그러나 복수가 잠시 심리적 위안이나 자기과시는 될지 모르나, 어떤 보상이나 이익도 없다. 오히려 그로 인한 자기 환멸과 고통으로 불행만 가져올 뿐이다.

 

경험상, 고교 시절에 정서적 불편함 때문에 복수심이 불타올랐지만 그런 마음을 갖는다고 복수가 되지 않는다. 결국은 복수가 되지도 않으면서 나만 죽을 만큼 괴롭다. 설령 복수를 할 수 있다면, 복수를 할 수 있는 이상의 과보를 받게 된다. 그래서 복수로서 복수 문제로 복수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부처님께서 ‘원망으로 원망을 해결할 수 없다’라고 했다. 또 예수님께서는 원수를 원수갚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하셨고 ‘원수를 사랑하라’ 하셨는데 그 말은 그들을 좋아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들도 그들의 삶이 있고,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고, 이유를 알게 되면 내 속에 분노는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단, 그 행위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막아야 한다. 분노 없이 폭력을 행하지 않고 세상에 해를 끼치는 것을 막아라!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까 그것을 방치하라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나에게 분노가 없으면 내가 평화롭고, 그러나 그것이 세상에 해를 끼친다면 그것을 중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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