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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컬럼/손희> 놀이는 끝났어요. 우리는 자러 가야 해요.

최근 A단체의 일련의 사건을 바라보며ㅡ③

안산신문 | 기사입력 2021/04/21 [15:41]

<문학 컬럼/손희> 놀이는 끝났어요. 우리는 자러 가야 해요.

최근 A단체의 일련의 사건을 바라보며ㅡ③

안산신문 | 입력 : 2021/04/21 [15:41]

 

 

  ▲ 손희 (시드니한국수필연구소장)

 

그러나 관계자들은 회원과 이사진의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으며 무조건 자신들의 판단을 따르라면서 일방통행만 할 뿐이었다. 이에 더 우스운 것은 엄연히 명예회장이 존재하지만 감사 한 사람이 명예회장의 역할을 온통 홀로 대신하며 확대이사회를 진행하고 임시총회를 소집하고 진행하는 등의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들은 모두 회칙과 절차는 당면한 긴박한 상황에서 아무 필요가 없다고 회원들을 회유하였고 자신들의 정당성을 합리화하기에 급급하였다. 이로 인해 현재 많은 이사를 비롯하여 회원들은 분노하고 사분오열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회원의 목소리를 여전히 무시하고 있으며 임기가 남은 명예회장을 강제로 지도위원으로 강등 시켜 다시 한번 분란을 키우기에 이르렀다.

 

문인들이 독자의 성찰과 반성은 고사하고 본인들이 소속한 작은 단체에서조차 공의와 정의를 스스로 져버리고 정도를 걷지 않는다면 어떻게 도시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올바른 문학인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또한, 기만과 배신, 편법과 날치기 앞에서도 눈치만 보며 한 자리 차지하고 싶은 생각인지 불의의 편에 선다면 이것이 문학인이 지켜나가야 하는 올바른 자세인지 묻고 싶다.

 

안산시를 지탱하고 있는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A단체에 포진되어 있음에도 참담한 현실 앞에서 회원들 대부분은 함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유인즉, 회의 석상에서 물병이 날아다니기도 했고, 욕설이 오가기도 했고, 맞고소로 고생했던 회원들도 있고, 가지가지 추태 앞에 지칠 대로 지쳐있기 때문이란다. 추락하고 있는 A단체의 현실이 암울하기 짝이 없다.

 

필자는 이쯤에서 이문열 작가가 소설로 인용했던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시 구절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를 떠올려 본다. 오늘 A단체의 추락에도 부디 날개가 있기를 간절히 소원하기 때문이다.

 

놀이는 끝났어요.(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잉게보르크 바하만(1926-1973)//사랑하는 나의 오빠, 언제 우리는 뗏목을 만들어/하늘을 따라 내려갈 수 있을까요?/사랑하는 나의 오빠, 곧 우리의 짐이 너무 커져서/우리는 침몰하고 말 거예요.//사랑하는 나의 오빠, 우리 종이 위에다/수많은 나라와 수많은 철로를 그려요./조심하세요, 여기 검은 선(線)들 앞에서//연필심과 함께 훌쩍 날아가지 않게요.//사랑하는 나의 오빠, 만약 그러면 나는/말뚝에 묶인 채 마구 소리를 지를 거예요./하지만 오빠는 어느새 말에 올라 죽음의 계곡을 빠져나와,/우리 둘은 함께 도망치고 있군요.//집시들의 숙영지에서, 황야의 천막에서 깨어 있어야 해요,/우리의 머리카락에서 모래가 흘러내리는군요./오빠와 나의 나이 그리고 세계의 나이는/해로 헤아릴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교활한 까마귀나 끈끈한 거미의 손/그리고 덤불 속의 깃털에 속아넘어가지 마세요./또 게으름뱅이의 나라에서는 먹고 마시지 마세요,/그 곳의 남비와 항아리에선 거짓 거품이 일거든요.//홍옥요정을 위한 황금다리에 이르러/그 말을 알고 있던 자만이 승리를 거두었지요./오빠에게 말해야겠어요, 그 말은 지난 번 눈과 함께/정원에서 녹아서 사라져버렸다고 말이에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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